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한 편집 기법들
대학의 편집이론 강의에서는 다양한 이론들을 가르칩니다.
저는 원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어서
’뤼미에르 형제’나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거장들의 이름도
이 강의에서 처음 알게 되었죠.
이 수업에서는 촬영과 편집을 함께 다루며
180도 룰, 열린·닫힌 프레임, 교차편집, 시선일치, 조형일치, 시간확장 등
다양한 기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기법들은 모두 인간의 인식체계를 기반으로 연구되고 발전해왔습니다.
시각과 청각의 처리시간차
두뇌의 정보 처리 능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동일한 시각·청각 정보가 입력되어도
각자의 반응은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 정보’가 ‘청각 정보’보다 처리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진행을 위해 이 정도로 표현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뮤직비디오
특히 박자감 있는 뮤직비디오에서 이 특성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컷이 빠르게 넘어가면 박자감은 더 살겠지만
그럴수록 시선일치, 조형일치가 더 세밀하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영상문법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빠른 컷팅은
시청자가 화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불편함을 넘어 거부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의도한 불편함이 아니라면 이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하죠.
라이브 프로덕션
댄스 영상이나 무대 공연을 담은 영상에서는
동작이 일어나기 전에 화면을 미리 넘겨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작의 시점에 맞춰 화면을 전환하면
관객이 그 동작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콘서트, 홈쇼핑, 스포츠 중계와 같은
라이브 컷팅을 담당하는 피디들은
이러한 타이밍 조절에 특히 능숙합니다.
이는 사람의 본능적인 인식체계에 닿아있는 기술이기에
훈련이 꽤 필요한 영역입니다.
다른 분야의 피디나 비 전문 인력이 디렉팅을 맡으면
컷 타이밍이 묘하게 어색하고 정신없이 느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 장르에서는
인간의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하여
J컷과 L컷이라는 편집 기법이 발전했습니다.
J컷
J컷은 소리가 선행하고 이어서 영상이 컷트되는 방식입니다.
예를들어,
지하주차장에서의 치열한 도주씬의 마지막에
비행기 이륙 소리가 먼저 들어오고
이어서 공항으로 영상이 넘어가는 편집을 했다고 가정을 해보면요.
이는 이어지는 장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출적인 효과 외에도
화면 인식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간의 생체 반응에 근거한 기법이라고 할 수 있죠.)
분명 같은 영상 편집인데도 화면 연결이 훨씬 매끄럽게 느껴집니다.
POST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L컷
L컷은 영상이 먼저 들어오고 이어서 소리가 들어옵니다.
예를들면,
두 인물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대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반대편 인물의 얼굴 영상이 먼저 넘어옵니다.
대사를 듣는 상대역의 반응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극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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