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입니다.
영상 제작과정에서의 소통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말이나 글보다는 이미지와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욱 확실합니다.
레퍼런스는 영상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필요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영상 의뢰 시점부터
피디의 콘텐츠 제안,
종편실, CG실, 믹싱실과의 소통,
의상팀, 헤어메이크업팀과의 협업,
그리고 촬영팀, 연출팀, 출연자들과의 의사소통까지 — 모든 과정에서 레퍼런스가 필수적입니다.
완벽한 복제는 곧 ‘표절’을 의미하기에
우리는 완전히 똑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레퍼런스도
단순히 하나의 영상으로만 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프레이밍, 컷의 흐름, 색감, 카메라 워킹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세밀하게 제공할수록 좋습니다.
최근에 제작한 영상으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Teaser] RUN BTS POLY HIGHLIGHT PACKAGE
클라이언트가 제게 아이디어 제안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기획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레퍼런스를 준비했고,
이를 모든 스태프(아트팀, 촬영팀, 조명팀, 편집팀)와 공유했습니다.
내용 확인하기
기획서, 구성안, 샷리스트(68컷)
이렇게 3개의 페이퍼가 공유되었고,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런 상세한 공유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는 작업을 어려워했습니다.
결국 PD인 제가 직접 편집과 그래픽의 방향을 잡아서 v1을 만들었고,
첫 버전이 나온 후에야 편집자가 어느 정도 이해한 듯 보강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종 영상은 아마 다섯 번째 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퍼런스를 통한 소통은
클라이언트와는 괜찮았으나 편집팀과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PD가 직접 보여주었을 때는 통했다는 점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역시 맞는 말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레퍼런스가 더 좋을수록 이해 또한 더 좋아지는 것이지요.
제 첫 번째 사수는
저와 딱 10년 경력 차이가 나는 전성기의 PD였습니다.
(완전히 날아다니며 회사를 이끌어 가셨던 히어로 그 자체.
지금은 22년 차가 되셨겠네요. 아직도 연락하며 지냅니다.
고마운 은인이자 제 인생의 큰 행운입니다.)
그분은 이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 말은 레퍼런스 제공 측면에서 보자면,
'내게 필요한 작업의 레퍼런스는 반드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다음에는 레퍼런스 조합에서의 주의사항을 써보고 싶네요.
PD인 제가 직접 후반 과정이 가능하기에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했고, 프로젝트를 망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만
클라이언트가 모순이 되는 레퍼런스를 조합했다면?
그리고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답답한게 없습니다.
이판사판이다.
하고 작업을 완료하면 작업자는 죄가 없습니다.
망한 영상과 유구무언인 클라이언트만 남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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